나는 다이어트 진료를 보는 한의사다.
항상 환자들한테 말한다. 식사의 양을 줄이고 간식과 야식을 먹지 마시라고.
과연 나는 잘 실천하고 있을까?
아니 전혀.
지난 크리스마스이브가 생각이 난다.
그 날 나는 남자친구와 저녁을 배달시켜 먹었다.
설레는 날이라서 대방어회와 매운탕을 시키고, 고구마 케이크와 과자, 와인까지 준비해놓았다.
평소에는 잘하지 않는 과식이지만 즐거운 날이라서 음식이 막 들어갔다.
원래 축하하는 날에는 술과 음식이 빠질 수 없지!
그러다 그날 밤에 식체와 설사로 아주 고생을 했다.
남자친구와 밤새도록 얘기하고 카드놀이하면서 시간 보내려고 계획했는데,
끙끙 앓으며 화장실에 들락날락하느라 대화조차 제대로 못했다.
어느 날은 점심에 탕수육과 짜장면, 짬뽕을 먹은 후 간식으로 꽈배기와 고디바 초코 프라푸치노를 먹었다.
먹고 또 복통이 찾아와 그날 저녁은 굶어야만 했다.
어제 점심도 마찬가지다.
배가 부르고,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몸이 주었는데도 고기반찬을 남기기가 아까워
꾸역꾸역 다 먹었더랬다.
결국 속이 안 좋고, 복통이 찾아와 저녁은 간단한 과일로 대체했다.
이렇게 미련할 때가 있을까?
비싼 돈 내서 귀한 음식 먹고 배탈이 나서 괴로움에 몸부림친다니.
지금은 가난할수록 비만하다고 한다.
예전엔 살집 있는 것이 잘 먹고 산다는 부의 표상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.
과도한 음식 섭취로 인해서 복부지방이 쌓이면 고지혈증, 당뇨병,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이 생기기 쉽다.
음식이 부족한 시절도 아닌데, 음식에 욕심내서 아프고 병까지 얻는 이 시대가 참 미련하다.
실제로 환자들도, 마른 게 고민인 사람은 잘 없다.
다들 과다한 영양의 섭취로 축적된 지방과 그에 동반되는 대사질환이 고민이다.
정도가 과한 환자에게는 10~30일 동안 약만 먹으며 단식하는 해독 프로그램을 권하기도 한다.
음식에도 미니멀이 필요하다.
한 때는 비건이 주는 메시지에 감동받아서 고기를 다 끊은 적이 있다.
일주일밖에 지속하지 못했지만...
그때 몸이 너무 가벼운 건 물론이고 마음까지 가벼웠다.
고기를 완전히 끊는 비건이 되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조금 어렵다.
밖에 나가서 친구와 식사를 한 끼 해도 비건식은 찾아보기 힘들다.
오히려 지금 코로나 시절에 같이 밥 먹는 것이 요원해진 이때 비건을 도전하기에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... 나는 고기가 좋다......
더 현실적으로 심플하게 식사하는 방법을 (특히 나에게) 권한다.
1. 세끼 식사 외에 간식은 먹지 않기 / 간식을 식사에 포함시키기
2. 배부른데도 욕심으로 혹은 아깝다고 더 먹지 않기
3. 세 끼 챙겨 먹는 것에 집착하지 말기. 한 끼쯤 굶어도 문제없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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